◐ 옛 주인을 찾아온 준마      2018.12.19.수요일,맑음 

옛날 조선 광해군 때 한 수령이 있었다.

부임하자마자 수 년 동안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사람을 처리해 주었더니

모친이 은혜를 갚고자 하여 치마에다 갓 태어난 망아지를 싸가지고 와서 수령에게 바치며 말하였다.

“첩의 아비가 말을 400 마리 길렀습니다만 항상 말다운 말이 없다고 한탄하셨습니다.

하루는 한 암말을 가리키며 ‘이 암말은 반드시 신령한 망아지를 낳을 것이다’라고 저에게 말씀하셨는데,

지금 이 망아지가 바로 그 말이 낳은 것입니다.”

   

수령이 임기가 끝나 경성에 이르렀을 때에도 여전히 작은 망아지였는데,

 

그 당시 백락(중국 춘추 전국 시대 주나라의 사람으로 말에 관한 일에 밝은 사람을 지칭)으로 칭해지던

전창위 유정량(선조의 딸  정휘옹주의 남편)이 백금을 주고 그 말을 샀다.

 

이름을 ‘표중(豹重)’이라 하였는데,

그 말이 성장하여 큰 말이 되자 그 말은 과연 영묘하고 뛰어났다.

광해군이 그 말에 대한 소문을 듣고 빼앗아 가버렸다.

 

후에 전창위가 할아버지가 영경(永慶)의 옥사에 연좌되어

고부(정읍)에 위리(圍籬;유배지 둘레에 가시울타리를 치는 것) 되었다.

 

하루는 광해군이 그 말을 타고 후원을 달리자,

말이 갑자기 몇 길을 뛰어올라 광해를 번쩍 날려 떨어뜨렸는데,

마침 왕을 따르던 호휘병이 손으로 받았는지라 살아날 수 있었다.

말은 담을 넘어 달아나 하룻만에 고부(정읍)에 다달았다.

 

전창위는 깜깜한 밤에 울타리 안에서 홀연히 무엇이 들어오는 소리를 듣고 불을 들어 살펴보았더니

말이 방문으로 뛰어 들어와 벽 사이의 협소한 곳에 몸을 숨긴 뒤 무릎을 꿇고 엎드린 채 일어나지 않았다.

전창위는 몹시 놀라고 이상하게 여겨 말을 벽장에 놓아두고 1년 동안 길렀다.

광해군은 크게 노하여 현상금을 걸고 대대적으로 말을 찾아 샅샅이 뒤졌으며,

전창위의 유배지에도 세 차례나 이르렀지만 끝내 발각되지 않았다.

 

하루는 말이 갑자기 갈기를 떨면서 배회하더니 목을 들고 길게 울었다.

그런지 얼마 안 있어 인조 반정이 있어 전창위는 석방되었다.

전창위 행차가 서울에 도착하자 말이 갑자기 스스로 산길 소로로 들어섰다.

종복들이 대로로 잡아 당겼으나 말은 말을 듣지 않고 고집스럽게 소로로 향했다.

말이 가는대로 내버려 두었더니 한 울창한 숲에 다달았는데 그 곳에는 어떤 사람이 엎드려 있었다.

전창위가 보니 그 사람은 바로 유씨 집안의 평생 원수로 반드시 원수를 갚고자 하였었는데,

우연히 서로 만나게 된 것이었다.

종을 시켜 그 놈을 결박하여 잡아오게 한 뒤

마침내 복고(伏辜;죄를 인정하고 형벌을 받음)에 이르렀으니 사람들이 모두 이상하게 여겼다.

 

인조가 이 소식을 듣고 말에게 자품(資品)을 더해 주도록 명하였다.

전창위가 죽어 반혼(죽은 사람의 시체를 화장하고 나서 그 망령을 다시 집으로 불러들이는 것) 한 후

말도 먹지 않고 죽으니 시체를 성의 동문 밖에 묻어 주었다.
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 -청구 야담 중에서-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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